독서모임 운영자의 고민, 그리고 대응책

조회 수 982 추천 수 0 2016.05.02 08:18:02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지?" 

불쑥불쑥 회의가 밀려올 때도 다시 마음을 달래며, 계속 운영해온 수고에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오랫동안 해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것들. 점점이 고민과 애정, '해탈'의 경지마저 느껴진다. 현장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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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개의 학습모임을 운영 중이다. 단연, 30명 이상의 대형 모임 운영이 가장 어렵다. 이유는 여럿이지만, 추려보면 이렇다.

첫째, 독서력 수준 차이를 조율할 도서 선정 난항. 
둘째, “오겠다” 고 오지 않는 희망고문 주범들 포용 과제.
셋째, 무응답에 낙담 금물(투표/출결/각종 신청/회비/공지 등)

이 중 첫째 문제. 좋아하는 책만, 필요한 책만 골라보던. 그야말로 감동과 재미로만 읽던 이라면 다양한 분야, 진지한 고민을 담은 책이 어려울 수 있다. 책장도 안넘어가고, 재미도 없고, 작가 뜻도 와닿지 않는 이들이 모임에 와서 하는 말이란 “제겐 어렵더라고요” 뿐이다. 이 말은 이렇게도 확장된다. 

“제가 평소에 __ 분야 책만 읽어서 그런지, 이 분야 배경지식이 부족해서인지 책장이 안 넘어갔어요. 또 마침 도서관에 가니 대출 중인거에요. 한참 기다려 책을 받으니 마음은 쫓기고... 뭘 말하려고 하는건지 정리가 안되더라고요. 진짜 오늘 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시간 전까지 고민했거든요... 그래도 와서 들으면 다시 볼때 도움되지 않을까 해서 왔고요...” 

어디로 보나, 자기 해소용이다.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 그런데도 사람들은 늘 어떻게든 못 읽은 이유, 자신의 실력 부족을 낱낱이 고백하려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자길 내버려둘거라 생각하는건 아닐까. 자긴 수준이 이것밖에 안되니까, 잘 못 읽었으니까 어려운건 물어보지 말라는 신호일 수도. 어쨌든 이런 말이 모임 초반에 나오면 전체 분위기가 침침해진다. 합의를 거쳐 선정한 책인데, 나오기 싫을 정도였다니 진행자도 부담느낄 상황. 이럴 때 순발력 넘치는 진행자는 다시 끌어 올린다. 이런 멘트가 뒷받침된다면.

“네, 그렇게 읽을 수도 있죠. 그런 ‘사투’를 겪고도 다 읽고 모임까지 나온 00 회원님 위해 박수”
“네 안 읽힌다는 분 꽤 계시는 것 같아요. 좀 쉽게 쓰면 좋을텐데. 우린 문맹이 아닌데 말이죠.” 
“온라인 서평 보면, 비슷한 의견도 꽤 있어요. 분해서, 억울해서, 지기 싫어서 끝까지 읽었다 이런.”

이와 같이 적절한 멘트로 침몰하는 분위기를 끌어 올린다. 자책 발표를 마친 회원에게도 마이너스가 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논제독토_날개.jpg



어떤 책을 선정하더라도, 어렵다 안읽힌다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나올 수 있다. “좋은 책인데 내가 못 따라 간다”는 의견도 있다. 이때 신경써야 할 쪽은 바로 “잘 읽은 사람들”이다. 분위기 상 “단숨에 읽었다”고 말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진행자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 이런 멘트로 균형을 잡아보면 어떨까.“하지만, 독자 중 상당수는 한번에 몰입해 읽어갔다는 의견도 보이는데요. 잘 읽은 분들 이야기도 들어볼까요?”

진행자가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믿음이 형성된 바, 잘 읽었다는 이들의 의견도 이어진다. 진행시 주의점이라면, 안 읽혔다는 쪽이 위축되지 않게 균형을 조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보다 중요한 것은 도서선정이다. 어떤 책인가에 따라 모임 출석률이 좌우되니 말이다. 

- 좋아하는 책, 필요한 책만 읽어온 독자(독서 초보자)도 따라갈 수 있게 난이도 고려
- 약간 더 어려운 책을 함께 읽고 싶은 중급 이상 참가자의 만족도도 고려
- 400p이상 책을 선정할 땐, 회원들의 수준과 책 읽을 상황 등을 신중히 고려

둘째 문제는 “오겠다”는 희망고문이다. 언제나 모든 문제, 사고, 상황은 “갑자기” 벌어진다. 정말 가고 싶은데 속상하다, 다 읽었는데 못가니 우울하다 등의 반응까지 달래야 하는 것이 운영자의 운명인가. 사람들은  모임 날이 되면 취소하고 싶어진다. 그날만 기다린다고 열광했던 회원들이 취소를 줄줄이 외칠 때, 운영자는 시험 받는다.


‘이 모임을 계속 해야 할까?’ 회의가 들기 시작하면 모임에 활력이 사라지고, 출석률도 저조해진다. 때론 운영진과 회원이 피해자와 가해자 구도로 놓이게 되는데. 모임의 적신호라 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싶다면, 운영자도 회원도 서로에게 기대하지 말자. 작은 결과에도 감사하자. 세상 모든 운영자여 상처 받지 말라. 충성 회원만 보고 전진하라.

셋째, 무응답에 익숙해져라. “언제까지 투표 꼭 해주세요” “회비 공지 안내입니다. 꼭 확인해주세요” 각 그룹창에 수시로 오가는 멘트들. 모두 운영진이 공지한 가이드라인. 그럼에도 30명이 넘어가는 모임에선 확인하지 않거나, 무응답인 이들이 많다. 단체톡에 반응하지 않아 결국 개인톡을 하게 만드는 민폐형 회원. 


그리고 돌아오는 말은 “제가 놓쳤나봐요. 죄송해요” 이럴때마다 운영자를 엄습하는 회의와 갈등. 원망도 품게 된다. ‘그거 잠깐 확인하는게 어렵나?’ 이 질문에 붙잡히게 되면, 모임 운영은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대신 “톡이 많아 놓칠 수 있지” “톡방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고” 란 생각으로 마음을 가다듬어 보자.



원본 출처 : http://m.blog.naver.com/hwayli/22069869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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