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작가와의 만남

조회 수 1206 추천 수 0 2016.10.04 05:15:33




파주 북소리 잔치 '권여선 작가'와의 만남에 다녀왔다. 그녀의 최근작 <안녕 주정뱅이>에 열광한 동료들과 파주 행을 결심한 후, 난 설레는 나날을 보냈다. <안녕 주정뱅이> 독서토론에서 우린 '문학 부흥회'에 온듯 간증을 쏟아 내지 않았나. 그 권여선을 만난다니! 출판기자, 북콘서트 사회자로 뛸 때도 그녀와 만날 기회는 없었으니 내 기대와 흥분은 하늘을 찌를듯했다. '책과 영화의 도시 건설본부' 옆 야외 행사장에 5분전 도착, 기도하는 심정으로 숨 고르고 있을 무렵 권여선이  도착했다. 


 170cm 쯤 되는 키, 40키로나 나갈까 하는 가냘픈 몸. 단편 '봄밤'의 여주인공 '영경' 분명, 그녀였다. 순간 느닷없이 눈물이 솟구쳤다. 해맑게 웃는 미소 뒤에 사린 불가항력의 고독이 읽혀 가슴이 뻐근했다. 영경만큼의 고독으론 결코 쓸 수 없는 이야기, 영경을 집어 삼키고도 남을 가혹한 고독이 아니었다면 쓰지 못할 소설 <봄밤>. 그 폭풍같은 서사를 저며낸 권여선은 '고독'과 '결핍'이란 화두로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고독해져야 한다"고 했다. 실제 생을 돌아보면 고독해 질 시간은 별로 없으며, 처절히 고독해지는 '소설 쓰기'야 말로 자기 실존의 이유임을 밝혔다.  


 이어 폐인처럼 살다, 그 외로움을 2천매로 쓴 후 1천매로 줄여 등단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습작기간 없이 등단한 그녀는 첫 청탁에서 바닥난 실력이 들켜, 무려 8년간 청탁 한 번 받지 못했다고. "그러니 제가 등단한지 20년이라도, 실제 쓴 건 12년. 김애란과 같다니까요. 이제 더 열심히 써야죠." 작가 지망생들의 불안을 위로하는 소주 한 잔 같은 고백에 박수가 터졌다. '묘사 연습'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부서질듯 아름다운 장면-묘사를 여럿 갖고 있는 작가가 되라. 그 장면, 찬란한 묘사를 수십가지 방식으로 여러번 달리 써보라 했다. 귀한 조언이었다. 


 집중력이 고조될 무렵, 난 질문을 꺼냈다.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소설 <봄밤>의 여주인공 영경을 보며, 헤르만 헤세 <황야의 이리> 하리 할러가 생각났습니다. 너무 슬퍼 새벽까지 가슴을 쥐어 뜯으며 울었어요. 결국 이 책을 덮고 마지막에 남은 작품도 봄밤이었어요. 어떤 계기로 이렇게 고독한 여자 영경을 떠올리셨는지, 쓰고 난 후 어떤 감정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어진 작가의 말에 난 심장이 멎는듯 했다. 그녀는 숨기지도, 숨지도 않았다. 


 "제가 아까 <봄밤> 쓰고 불안했다는게, 소설 쓰며 처음으로 울어봤거든요. 자기 인물에 연민에 빠지는거 좋지 않은데. 진이 빠지듯 썼달까. 내 안에 어떤 면이 분명 영경에게 있어요. 이렇게 써도 되는지 불안했는데. 잡지에 싣고 두명에게 연락을 받았어요. 평론가와 작가였는데, 잘 봤다고 했어요. 보통 그런 일이 잘 없는데. 어쨌든 작가 혼자 울고, 독자는 안 울었다면 좀 그랬을텐데. 고마워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린 소통했다. 인간미 넘치는 그녀에게 반했다. 물론, 우리 모두. 동료 W는 질문하다 울고 말았다. 오랜 권여선 팬이었다고, 애주가인 자신을 위한 소설이라 말했던 W다. 권여선은 "부흥회 같다는 그 책 모임 궁금하다"고 했다. "꼭 가보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숭학당에 모시리라, 권여선 강림 초읽기다. 


 자, 이제 쓰는 일만 남았다. 권여선이 던져준 창작의 불씨를 지필 시간. 기꺼이 고독해지리라. 쓰고 또 쓰리라.


ㅡ 김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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