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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기분 좋은 가을여행을 하고 왔다. 건축을 공부하는 모임에서 한국건축 공부로 영주와 안동지역의 전통건축물을 둘러보는 1박2일 답사 기행이었다. 두 곳 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라 기대가 컸다. 동행자는 이 모임을 이끄는 건축가를 포함 모두 6명. 그 지역이 예전에는 서울에서 쉽게 가기 힘든 꽤 먼 곳이었는데 강남고속터미널에서 2시간 반 만에 영주에 닿았다. 놀라운 교통발전이다. 영주에서 도착해서는 승합차를 렌트했다. 시골길을 한참 달려 부석사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지기 시작했다. 무량수전에서 석양을 바라보는 게 장관이라고 들었다. 마침 종일 흐렸던 날씨가 우리가 절에 도착하자 개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국의 꽤 많은 사찰에 가본 것 같은데 부석사는 역시 달랐다. 한국 최고의 목조건축물이라 하는 부석사는 들어가는 입구부터 아기자기한 아늑함이 있었다. 본전인 무량수전으로 향하는 길은 흙길과 돌계단으로 이어진 완만한 산길이었다. 일주문부터 천왕문을 지나 본전에 들어설 때까지 눈 아래 들어오는 새로운 풍경은 탄성을 자아낸다. 전혀 예상치 못한 구조물들이 숨바꼭질하다 나온 듯 하나하나 모습을 드러낸다. 여느 고찰처럼 일률적으로 웅장하게 폼을 잡고 있지 않다. 오밀조밀한 변주가 펼쳐지더니 마지막 무량수전은 그야말로 장중한 자태를 뿜고 있었다. 부석사 전체를 감싸고 있는 듯 했다. 무량수전의 듬직한 배흘림기둥에서 바라다보는 멀리 소백산의 능선 또한 부석사의 일부이다. 저녁 무렵 부석사가 주는 정취는 ‘이것이 바로 한국의 미(美)로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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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와 무량수전을 알면 한국 건축을 아는 것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전통 건축물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니 그 과학적인 효율성과 아름다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자연과 교감하고 자연을 어우르는 한국의 전통건축의 특징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해가 짧아져 금방 어둠이 내렸다. 더 오래 그곳을 음미하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달래고 숙소로 향했다.


우리가 묵은 숙소 역시 ‘선비촌’이라는 한옥스테이였는데 작은 마을 전체가 순수한옥으로 조성된 민속촌 같은 곳이었다. 우리는 그 안의 어느 작은 고택에서 잤는데 내가 아주 어릴 적 시골 할아버지 댁에 갔던 그 옛날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마을 전체가 한옥기와와 돌담에 과일나무, 멀리 산자락을 품은 아늑한 곳이었다. 내가 이런 곳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데도 왠지 마음이 편안하고 고향에 온 느낌이었다. 이게 바로 한국인의 정서이지 싶다. 이렇게 자연에 둘러싸인 곳에서 산다면 마음이 여유롭고 선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선비촌 바로 근처에 소수서원이 있다. 1542년에 주세붕이 세운 최초의 본격적인 서원이다. 당시 사립교육기관답게 학습 공간, 토론 공간, 학생들의 숙식 공간, 장서실, 성리학자 안향을 모신 사당 등 다양한 건물들이 배치되어 있다. 서원 밖에는 하천이 있고 멋진 정자에서 그곳을 내려다보는 풍광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공부만 한 것이 아니라 산책도 하고 물을 보며 풍류를 즐기기도 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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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목적지는 안동 도산서원이다. 도산서원을 현존하는 서원 중 규모가 가장 크다. 퇴계 이황의 제자들이 그를 기리기 위해 만든 서원이다. 소수서원은 평지에 세워진 것이지만 도산서원은 언덕바지에 층층이 건물이 있다. 구조물의 성격은 소수서원과 비슷하지만 훨씬 규모가 크고 복잡하다. 서원 건축의 전형이다. 한옥의 구조 뿐 아니라 공간 배치 등 한국 전통건축물의 특징을 모두 공부할 수 있는 곳이라 할 만 하다.


마지막으로 둘러 본 곳은 병산서원이다. 유성룡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앞의 두 서원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제일 먼저 서원 입구에 펼쳐진 긴 정자 만대루의 위용에 제압당했다. 만대루는 하회마을을 지나는 낙동강 물줄기를 바라보고 있다. 그 시대 학생들은 저 넓은 확 트인 정자에서 강물을 바라보며 공부한 것을 토론하며 지식을 논했겠지. 저 산과 저 강물을 바라보며 공부한다면 공부가 절로 될 것이며 자존감도 높아지겠다 싶다. 병산서원에서 내려오면 산벽 아래 낙동강이 넓은 백사장과 함께 펼쳐져 있다. 산과 강을 품은 학교라, 참 멋진 공간이다.


이틀 동안 한국 전통건축물을 원도 없이 감상했다. 전문가의 해설을 들으니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간 자체의 우수함과 지혜로움도 물론이지만 자연과의 조화, 건축물 배치의 자유로움 그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것이 우리 전통건축임을 새롭게 알았다. 함께 하는 동행인들의 호흡도 최고였고, 더불어 단풍이 풍성한 깊은 가을의 아름다운 정취를 만끽할 수 있어 행복했다. 그보다 더 좋았던 건, 이런 멋진 공간들을 지녔던 우리 조상들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뿌듯함을 안고 온 여행이었다.


글 / 조경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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