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산 작가 문학콘서트 독자후기입니다^^

조회 수 4762 추천 수 12 2009.05.01 22:24:43
김지아 *.117.4.211


소설에도 트렌드가 있다.

올해의 이상문학상 대상수상작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가지 즐거움>을 펼쳤을 때 몹시 당혹스러웠다. 소설이라기보다는 대중적 의학잡지 속의 가벼운 칼럼을 읽는 듯 했기 때문이다.

그 생소함은 박민규의 <용용용용>, 윤이형의 <완전한항해>에 다다르자 최고조에 이르렀다. 전자는 무협지와 대동소이했고 후자는 공상과학소설이라고밖에 정의할 수 없었는데, 이러한 낯선 형식의 소설들이 국내에서 손꼽히는 문학상의 수상작으로 선정됐다는 사실이 더욱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는 2008년 김종광의 <서열 정하기 국민투표-율려, 낙서공화국1>,2007년 권여선의 <약콩이 끓는 동안>, 2006년 김경욱의 <위험한 독서>에 이어 한꺼번에 세 배로 늘어난 분량이었다. 심사평을 열심히 읽어본 결과 이런 경향을 실험소설이라고 칭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박금산의 단편집 <생일선물>.

 나는 80년대 운동권 세대도 아니고  무협소설이나 판타지소설의 세대는 더더욱 아닌, 중간에 끼어 있는 그야말로 '전통적이고 진지한' 순수문학에 혼을 빼앗기는 고지식한 독자일 뿐이다 . 그런 의미에서 박금산 작가의 <생일선물>은  내 취향에 부합하는 작품과 배치되는 작품이 1:3 정도의 비율로 공존하는 혼돈의 단편집이었다.

<경계에서 잠들다>와 <일요일 열람실에서>가 꿈과 이상이 사소한 일상에 의해 영향을 받아 점차 작아지는  보통사람들의 생활을 그려냈다면, <생일선물>, 작가의 등단작<공범>, <쌍>같은 경우는 남성작가이면서도 음식의 조리과정을 맛깔스럽게 그려내는 동시에 자살이나 기차사고로 인한 신체절단, 미필적 고의에 의한 존속살해, 회칼로 본처를 해치우는 듯한 마무리를 보여주는 섬뜩함이 있었고, <춤의 결과> <티슈>에서는 내 수준에서는 너무 난해해 읽지도 못했거나 읽었어도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는 건너뛰기가 많았다.


대체 이런 경향을 동시다발적으로 표현하는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싶었다. 표지사진으로 미루어보건대 분명 매우 괴상한 성품일 것이라  짐작하며 제3회 문학콘서트에 참석했다.

7시. "작가님 도착 안하셨어요?" "오시는 중이래요."이런 대화를 들으며 지난달보다 몇 분 일찍 도착한 행사장은 좌석배치를 달리한 것부터 눈에 띄었다. 좌석 사이로 통로가 있었는데 아예 아홉개의 의자를 한 줄로 붙여놓은 것이다. 훨씬 안정돼 보였다.

이어서 베이지색 면바지에 자주색 후드티를 입은 박금산 작가가 행사장 안으로 쓱 들어왔다. 웬걸? 사진에서 보았던 콧수염도 깨끗이 정리했고 무엇보다 어둡고 심각한 인상이 전혀 아니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쾌활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객석을 즐겁게 만들어 주셨다.지난달 정지아 작가님이 <시니컬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편이었다면 작금산 작가는 <프렌들리>하셨다.

한 가지 더 내가 오해한 점은 <쌍>의 제목이었다. 주인공 육구 씨의 성품에 비추어 욕설의 일종일 것이라 짐작했으나 작가님의 설명에 의하면 한 쌍, 즉 <커플>의 의미였던 것이다^^;

너무나 상반되는 성향의 작품성에 관해서는 소설은 내용에 따라 작법이 달라지며, 본인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다양한 방향으로 집필할 계획임을 밝히기도 하셨다. 문학콘서트의 주제인 <바디페인팅>도 작가와 동명의 주인공을  내세운 독특함-존함이 그다지 멋지지도 않은데^^;- 과 첫장부터 자살충동 이야기로 시작하는 점이 역시 남달랐다. 천재작가 이상의 작품을 선호한다는 답변에서는 박금산 소설이 왜 실험소설인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박금산 작가는 "문학은 불행을 그림으로써 행복을 말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셨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들은 순수문학의 범주에 속하기는 하지만 읽고나면 우울해지는 작품들이 여럿이다. 고단한 현실을 그려내기만 한다면 그것은 소설의 본분이 아닐 것이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소설도 바뀐다.

박금산 작가가 그 나름의 실험소설과  치유하는 문학을 엮어내어 언젠가 그가 존경한다는  천재작가 이상(李箱)을 기리는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이름을 올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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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곽원효

2009.05.01 23:11:48
*.146.9.202

... 우와~~~ 너무 좋은 후기입니다. 감사합니다. 김지아 님...

신기수

2009.05.02 10:43:49
*.189.240.234

"문학은 불행을 그림으로써 행복을 말하는 것"이라는 말이 와닿네요. 저도 한 때 문학작품 읽다보면 우울해지는 게 싫어서 중단했던 적이 있었는데 말이죠...

최치훈

2009.05.07 09:35:48
*.146.9.202

작가님께 질문하셨던 분이시군요? ^^
깊이 있는 후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곽원효

2009.05.07 12:55:19
*.146.9.202

... 문학이 불행을 그린다는 것에 공감하는 바가 큽니다. 그러나 불행을 그린다는 것이기 보다 우리의 삶의 여정을 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안타깝게도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의 삶이란 사라져야 하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문학이 불행을 담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회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회피한다고 해서 거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쟎아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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