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은작가 문학콘서트 참석 후기

조회 수 4351 추천 수 4 2009.06.03 22:06:09
김지아 *.211.82.24


[김다은 작가님께 드리는 서한]

 교수님의 장편 <이상한 연애편지>를 잘 읽었습니다. 서간체 형식의 소설이고 문학콘서트에서 소개하신 신작<훈민정음의 비밀-세자빈 봉씨 살인사건>역시 같은 구성의 작품이기에 독자후기도 편지로써 대신하려 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접한 서간체 소설은 <안네 프랑크의 일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잘 알려져 있는대로 안네 프랑크는 다이어리를 자신의 친구라고 여기고 1인칭 시점 대신 친구의 이름을 부르면서 시작되는 편지 형태의 일기를 날마다 기록했습니다. 그 가상의 친구의 이름은 <키티>였고, 역자의 취향이었는지 제가 구입한 책에는 <키티님>이라는 존칭으로 번역이 되어 있었습니다.

일기를 편지 형식으로 쓴다는 사실이 상식을 뛰어넘는 일이라 낯설었지만, 한 권을 다 읽고 나니 오히려 안네에게 매혹되어 저도 <키티님>으로 시작되는 일기를 꽤나 오랫동안 써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고교시절 영어담당이셨던 담임선생님께서는 수업시간에 한국의 <롯데백화점>은 세계문학 속의 여주인공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 가르치셨습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롯데>라는 인물은 없었기에 갸우뚱했지만 <로테>를 미국식 발음으로 부른다면 그렇게도 되는구나 싶었고 그 후로는 롯데백화점을 지날때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제가 가장 마지막에 읽은 세계문학 작품이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편지만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란 소설이라 불리기에 적당치 않다는 편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괴테의 역작 <파우스트>나, 고전중의 기본인 세익스피어의 5대 비극도  원작인 희곡이 못마땅해 3인칭 소설형식으로 풀어 번역된 것으로 읽었으니 소설형식에 대한 고정관념이 심각했던 셈입니다.

 이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또한 정미경 작가님의 단편<소년은 울지 않는다>에서도 느꼈듯이, 서간체는 아니지만 네 명의 가족 각각의 관점에서 동일한 상황을 서술하는 방식이 독자에게 얼마나 생동감을 안겨줄 수 있는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김다은 교수님의 <이상한 연애편지>는 한국문학이라기 보다는 외국소설의 번역판인 듯 했습니다. 남녀주인공을 제외한  등장인물이 거의 프랑스인이었고, 작품배경도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이며 독살사건의 원인인 다니엘이 낭독한 편지가 17세기 프랑스 백작부인의 서신이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미셸과 앤, 다니엘의 편지가 왕래하는 부분에서는 서로 오해하는 과정이 역동적으로 담겨있어 매우 흥미진진했습니다. 저는 등장인물의 이름에 집착하는 편인데 김규온 박사와 그 아들 원혁의 명명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게다가 교수님께서는 불어소설을 두 편이나 쓰실 정도로 프랑스어에 능통하시니 청년기의 대부분을 외국에서 보낸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사고방식이나 언어생활이 일반 한국인과는 많이 다르실 것 같습니다. 문학콘서트에서 소개하신 '장독대'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는 일화처럼 말이지요...

 국내 여류작가의 소설은 가정불화, 이혼, 남편과의 갈등이 주류를 이루는데 <이상한 연애편지>에서는 컴퓨터와 과학이론까지 겹쳐 그 소재부문에서 매우 독특하고 참신했습니다. 가정불화와 이혼이라는 테마가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지나치게 한쪽 방향으로 쏠리는 듯한 경향이 안타까웠을 뿐입니다.

 <이상한 연애편지>작가후기에서 작품설명보다는 전 세계 서간체소설 발달과정의 기록이 대부분이어서 아쉬웠는데요, 한편으론  편지문학에 대한 교수님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고 국내작가들의 연애편지를 출간하려 애쓰셨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터뷰중에 작가들의 소설이 발표되면 서로 '책 표지디자인이 왜 그 모양이냐'라고 엽서를 보내는 것이 관례라고 하셨는데 너무나 정감있고 의리있는 신고식이라 생각되어 부럽기까지 합니다. 또한 교수님의 억양이 유창한 프랑스어 발음과 모국어가 섞여 형성된 것이라 여겼는데  정작 사투리가 남아 있어 그렇다고 답변하셔서 즐겁게 웃을 수 있었습니다.

 <훈민정음의 비밀--세자빈 봉씨 살인사건>은 제 이메일 ID가 sejabin95라서 잠시 흠칫했는데요,  쾌활하고 열정적인 교수님께서 직접 사인본을 주셨으니 제게는 행복한 일이 생기리라고 기대해봅니다.

감사합니다.

6월 3일 독자가 김다은 교수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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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곽원효

2009.06.04 09:29:14
*.146.9.202

... 좋은 글 감사합니다.

최치훈

2009.06.04 09:42:37
*.146.9.202

항상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김민영

2009.06.04 18:56:45
*.146.9.202

김다은 작가님의 소설세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셨네요. 저 역시 매우 좋아하는 이상한 연애편지에 대한 이야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처음 이상한 연애편지를 읽고, 제가 매혹적으로 끌린 것은 다름아닌 작가의 목소리였습니다. 서간체 문학에 대한 의지를 읽고 작가를 취재해야겠다는 생각이 분명해졌죠. 실제로 만난 김다은 작가님은 매력이 넘쳤습니다. 무엇보다 발상이 뛰어난 분이셨습니다.

이후, 작가들의 편지 시리즈와 2008년작 훈민정음의 비밀까지. 한국문학에서 전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서간체 문학의 영역을 확장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오셨습니다. 무엇보다, 김다은 작가님의 글이 상당히 재미있다는 데 저는 큰 매력을 느낍니다.

이번 콘서트를 통해 보다 많은 작가들이 한국문학, 더불어 서간체 문학에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공들여 써주신 후기가 반가워 긴 덧글 남겼습니다. 6월 콘서트 붉은 비단보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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