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원작 있는 영화상영회 <더 리더>

조회 수 5037 추천 수 7 2009.06.15 02:01:21


“책 읽어 주는 남자, 영화 보는 여자”


책을 읽고 난 후, 영화를 보고 나오며, 우리는 이야기하고 싶어집니다. “왜 주인공은 그런 행동을 했을까요?” 이렇게 문득 말하고 싶어질 때 우린 “좋은 책 친구, 영화 친구가 있었으면” 하고 꿈꾸게 됩니다.


행복한상상이 기획한 ‘원작이 있는 영화상영회’는 바로 이런 분들을 위한 자리입니다.


그 첫 번째 시간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를 찾은 11명의 남녀는 그간 하지 못한 이야기를 꺼내며 행복했습니다. 110분간의 영화 상영 후 토론은 1시간 넘게 이어졌습니다. 책 군데군데를 메모해 온 사람, 다른 영화와 비교하는 사람, 감독의 연출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 등 다양한 반응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토론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저희끼리만 나누고 지나가기가 아까워 글로 남겨보았습니다. 부디, 재미있게 읽어 주시길!


토론 참석자 : 신기수, 김민영, 조성진, 김상혁, 박은미, 박민선, 이슬기, 박병용, 김현수, 곽원효, 최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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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미 : (안타깝다는 듯 입술을 물며) 책 읽으면서 남자주인공 외모 엄청 기대했는데. 좀 실망했어요.


김민영 :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난 저런 얼굴 좋은데. 꽃미남과 무관한. 별개의 얼굴.


모  두 : 웃음


곽원효 : 주제가 굉장히 무거운 영화네요. 하이델베르크, 홀로코스트 같은 소재가 나오니까요. 혹시 한나 아렌트가 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을 한번 보시면 이 영화의 배경이 더 잘 이해가 되실 거예요. 영화를 보면서도 느낀 거지만 전쟁 중에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기란 정말 힘든 일 같아요. (5분여 길게 이어지고....)


신기수 : 아 또 명사초청 강연회로 가는 겁니까? 마무리를 좀 해주시구요.


모  두 : 웃음


곽원효 : (머리를 긁적이며) 아 그랬습니까. 제가 또. 아무튼 영화는 무거운 주제를 너무 잔잔하게 그린 것 같아요. 감성적으로만 접근한 점이 아쉽네요.


박민선 : 소통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 같아요. 삶이란 말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로 많은 일들이 일어나잖아요.


김민영 :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감독이에요. 전작 <빌리 엘리어트>와 <디아워스> 보면서 완전 좋아하게 됐어요. 편집과 음악, 이야기의 흐름이 뛰어나요. 뭐랄까 사람의 혼란스러운 심리를 흡인력 있게 그려내요. 이 영화도 그런 점이 좋았어요. <디 아워스> 원작이 마이클 커닝햄의 <세월>이죠. 버지니아 울프의 삶을 다룬 건데 호평을 받은 작품이에요. <더 리더>도 원작이 있어 그런지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하더라구요. 그게 너무 좋았어요.


신기수 : (무릎을 치며) 분하네요. 전 짧게 소개 하는 줄 알고 소감도 말 안했는데 이럴 수가!


모  두 :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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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수 : (주위를 둘러보며) 그러고 보니까 이 중에서는 제가 제일 외향적인 거 같네요. 한 때 이시형 박사의 <내성적인 사람이 성공한다> <배짱으로 삽시다> 이런 책을 읽었거든요. 성격이 소심하고 어디 가서 이야기도 못 하구요. 그런데 직장생활하면서 많이 바뀌었어요. 책 많이 읽은 것도 도움이 됐구요.


사람 중에는 A타입과 B타입이 있대요. A타입은 하이패스형. 고속도로에서 톨게이트를 바로 패스하는 사람이구요. B타입은 다 와서야 돈을 꺼내고 천천히 준비하는 거예요. 그러면 뒤에 있는 A가 어떻겠어요. 속이 터지죠. 결론은 제가 A 타입이라는 거에요. 모두 너무 침잠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전 개인적으로는 저런 남자는 되지 말아야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성들 : 와!!!


신기수 : (강마에처럼 팔을 휘두르며) 주인공처럼 우유부단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여자를 면회 가서 만나지도 못하고. 또 여자가 쓴 편지에 답장도 안 해 주고. 문학을 바탕으로 한 영화라지만. 그래도 답답했어요. 눈물을 흘리면서 면회신청을 해놓고 막상 할 때가 되니까 뒤돌아서는 그 심정은 도대체 뭔지!


김민영 : (신경질적으로 빵을 집어 들며) 뭐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오디오북만 보내고 말이야...


모 두 : 웃음

 

(※영화 속 남자주인공은 수감 중인 여자에게 테잎을 보냅니다. 책을 소리 내어 읽으며 녹음 한 것인데 그 분량이 엄청납니다. 이걸 들으면서 여자는 문맹을 극복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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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 (발췌해 온 종이를 붙들고) 저는 책 읽으면서 한나가 문맹을 감추려고 애쓰는 과정이 뭉클했어요. 영화는 개인의 신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저마다의 신념이 있는데 그걸 지키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삶이 바뀌잖아요. 한나는 법정에서 문맹이라는 증언을 하면 유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는데도 말을 안 해요. 사랑했던 사람에게조차.

신기수 : 여기서 궁금한 점. 한나가 스스로 문맹임을 밝혔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조금 더 솔직했다면 두 사람의 관계도 달라졌을 텐데요.


곽원효 : (예민하게, 안경을 올려 쓰며) 저는 여자의 심정이 이해가 가요. 저 같은 경우도 그렇거든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꼭 변화시켜주고 이끌고 나가야 진정한 사랑은 아닌 것 같아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존재할 수 있는 사랑이 있다고 믿어요.


김현수 : (슬며시 몸을 내밀며)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우유부단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저는 남자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든 것을 말하고 변화시키는 것만이 사랑은 아니니까요.



조성진 : (팔짱끼고 날카로운 표정) 남자가 답장을 하지 않는 부분에서는 화가 났어요. 여자가 처음으로 글을 깨우쳐서 보낸 편지인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면회 갔을 때도 굉장히 사무적이었잖아요.


김민영 : 맞아요. 한나가 손을 내밀었는데 마이클은 외면했죠. 얼마나 한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그게 영향을 미쳐 결국 자살을 선택하게 된 것 같아요. 마이클은 한나의 삶에 실낱같은 희망이었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냉정할 수 있는지.


신기수 : (손을 휘저으며) 그게 바로 다 성향의 문제에요. 남자주인공은 B타입이에요. 여자 아주 힘들게 하는!


모  두 :  웃음


신기수 : 제일 안타까운 게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했다는 거예요. 여자는 아무 해명 없이 남자를 떠났고, 남자는 여자에게 응답하지 않고. 시대적 상황을 이해한다 해도 둘의 관계를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종합해보면 ‘B타입으로 살지 말자’라는 주제에 ‘A타입으로 살아라!’ 뭐 이런 교훈 같네요.


모  두 :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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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 (밝은 미소로) 저는 인물들이 다 이해가요. 개인 각자가 가진 문제는 정말 쉽지 않았잖아요. 문맹을 숨길 수밖에 없었던 여자, 면회를 갈 수 없었던 남자. 책을 읽으면서 아주 설득력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조금 함축적이긴 하지만 영화도 너무 좋았구요.


김상혁 : 약간 지루했던 게, 남자의 행동 때문이었어요. 좀 답답하달까 그랬는데. 책에 비해 설명이 부족하다 보니 그렇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책과 영화는 독립된 존재니까 꼭 비교할 필요는 없고 각각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박은미 : (메모하던 걸 중단하며) 책과 가장 다른 점은 영화에선 여자가 주체라는 점 같아요. 책은 한나의 감정이 안 나와 있어서 많이 답답했거든요.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그 궁금증이 해소됐어요


모  두 :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요.



김민영 : 좋은 지적이네요. 스티븐 달드리 감독이 원한 건 바로 그런 영화였던 것 같아요. 다 말해주지 않는. 여자의 입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 전작 <디 아워스>도 그랬고 상당히 문학적인 작품이에요. 


이슬기 : 같은 생각이에요. 한나는 자신의 부족함을 감추기 위해 늘 더 강해져야 했어요. 그런 내용이 잘 드러났어요. 케이트 윈슬렛 연기도 정말 좋았어요.


박은미 : 맞아요. 그래서 저는 책도 읽고 영화도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곽원효 : (격하게 안경을 올려쓰며) 이제 우리가 감독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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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평


박은미 : 영화를 보고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나눈 건 처음이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책에 더 가까워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다음에도 꼭 참석하고 싶습니다.

김민영 : 1시간 동안 힘든 등산을 한 것 같아요. 땀 흘린 게 아깝지 않은 알찬 토론이었습니다.


박민선 : 머리도 가슴도 꽉 찬 느낌이에요. 영화 밑바탕에 깔려 있는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책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했어요. 바로 내일 사서 읽고 싶네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슬기 :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늘 수다에 그쳤어요. 영화를 보고 나서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럴 때 마다 가슴에서 무언가 올라오는 기분을 느꼈어요. 그걸 해소 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박병용 : 책을 다 읽지 못해서 고민 했는데 재미있었어요. 영화 잘 봤구요. 토론도 즐거웠습니다.


김상혁 : 여자 친구가 자랑스러워요. 이렇게 주목을 받고.


모  두 : (웃음
)



김상혁 : 발췌 하나로 이렇게 큰 호응을 얻다니 대단해요. 호응 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성진 : 책이 너무 좋아서 영화가 실망스러우면 어쩔까 걱정했는데 영화도 좋았어요. 책을 읽을 때 참 힘든 시기였어요. 지금은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그땐 백수였거든요. 마음이 힘들 때 읽었던 책이라 더 가슴에 남았던 것 같아요.


신기수 : 개인적으로 영화 뒷풀이 하는 걸 좋아합니다. 해소를 하고 싶거든요. <박하사탕>이나 <벤자민, 거꾸로 간다>(중간제목 생략 -> A타입이라 급하게 표현) 이런 영화를 보면 너~무 힘들어서 꼭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다 함께 하니 너무 재밌네요.


많이들 읽고 오셔서 대화가 풍성했습니다. 깊이 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 영화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었어요.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 실망하는 분들이 많죠. 하지만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면 숨은 의미를 찾아 낼 수 있어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저처럼 영화이야기 나누고 싶은 분들 많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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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원효 : 저마다의 다른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직도 전 한국영화 <그해 여름>이 이 영화보다 좋다고 생각해요. 월북한 아버지를 둔 여자, 그를 사랑하지만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해야 했던 남자, 역사의 비극이 이 영화와 많이 닮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합니다.

신기수 : (격하게 몰입하며) 저도 그 영화 엄청 좋았습니다. 이병헌이 경찰서에서 조사받으면서 실감나게 얻어맞는데 정말 대단한 연기였어요. 농촌 봉사활동을 나간 돈 많은 대학생과 거기서 도서관을 운영하는 여자, 그 여자는 ‘책을 읽어주는 여자’였죠. 앞부분이 영화판 ‘소나기’라고 할 만큼 애절하고, 영상미가 뛰어납니다.


김민영 :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으로) 두 분 역시 집요하네요. 끝까지 하는군요. 이제 정리를 해야죠. 오늘 마무리는 한마디도 안한 최치훈 씨가 해주시죠. 숨은 쉬고 있나요?


모  두 : (웃음)


최치훈 : 같이 봐야할게 책뿐만이 아니란 걸 느꼈습니다. 이 영화를 혼자 봤다면 '뭐, 이런 밋밋한...'하고 그냥 넘어갔을텐데 이렇게 얘기를 나누니 더 깊게 볼 수 있었어요. 정말 많이 배워갑니다. 독서토론은 책을 읽지 않으면 올 수 없지만, 상영회는 부담 없이 올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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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곽원효

2009.06.15 03:00:27
*.217.88.98

... 와~.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ㅎ

신기수

2009.06.15 09:35:18
*.189.240.211

말하기 전 상황을 설명하는 지문이 멋지네요.. '격하게 몰입'이라뉘..

김현수

2009.07.20 01:54:36
*.61.34.22

늦게까지 함께하지 못하여 아쉬움이 남는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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