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 김영하 작가 북콘서트

조회 수 4438 추천 수 0 2014.12.23 01:54:53




며칠 전, 내린 눈은 보도블록을 얼음바닥으로 만들어버렸다. 기상청은 이번 겨울이 춥지 않으리라 예상했지만, 연말까지 추위는 누그러지지 않을 듯하다. 이런 날은 포장마차나 술집이 붐빈다. 꽁꽁 언 세상으로 얼어붙은 마음을 조금이나마 녹이기 위해 한 모금 술을 찾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4년 12월 22일, 오늘 여기에 꽉 들어선 사람들은 누구인가. 연말 분위기가 시작되는 월요일 저녁에 도서관으로 들어서는 무리는 누구란 말인가.


관악구청에는 용꿈꾸는 작은도서관이 있다. 사람들은 몰려들고, 내부는 분주하다. 곧 마이웨이가 연주된다. 북 콘서트를 알리는 오프닝 음악이다. 주인공은 소설가 김영하다. 그를 보기위해 어림잡아 최대 150명이 모였다. 홀에 의자가 꽉 찼고, 양쪽 벽면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점령당했다. 김영하가 소개되자, 웅성거림이 사라진다.


그는 미리 정해진 대본을 넘나들며 얘기한다.


"현대인이 하루에 평균적으로 2시간 40분 정도 스마트폰을 한다고 합니다. 근데 이게 권력이에요. 힘이 약한 사람일수록 스마트폰에서 벗어날 수 없거든요. 취업준비생을 보세요. 면접 보고나면 문자 확인해야 해요. 약자의 비애죠. 전 집에서 공유기를 설정해요. 하루에 2시간으로 인터넷을 제한합니다. 최대한 시간을 아끼려고 합니다. 시간만큼 귀중한 것이 없거든요. 그런 면에서 저를 보러 여기까지 와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그는 얼마 전 산문집 <보다>를 탈고했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예리하고도 유머러스한 통찰을 보여주는 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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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렸을 때 잠실에 있는 13평짜리 아파트에 살았어요. 모 정치인을 아버지로 둔 친구가 제 짝이었어요. 그 녀석이 저희 집에 놀러왔어요. 슬리퍼 신으라고 말했더니, 그 친구가 그러는 거예요. 여기서도 슬리퍼가 필요하냐고. 압구정동에 살던 그 친구에겐 들어오면 바로 끝일 정도로 좁은 집에서 슬리퍼를 신을 필요가 없었던 거죠. 소설이나 글에서 부유한 사람을 묘사하려면 그 인물이 가난에 대해 무지하면 되요. 요즘 항공기 문제도 그렇습니다. 그렇게 높은 분들은 잘 몰라요. 때리면 상처받는 거야? 라고 말할 뿐이죠."


<보다>는 영화를 보여준다. 다양한 영화에서 그는 얽혀있는 인간의 내면과 자욱한 삶에 특유의 시선을 날린다.


"바쁜 시대에 책이나 영화를 봐야하는 이유요? 요즘 같은 때엔 깊은 대화를 못 나누는 게 당연해요. 바쁘니까요. 하지만 사람의 영혼에는 죽음, 고통, 세계사적인 문제 등을 생각해보고 이야기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것들은 잘 만들어진 고급 언어가 필요해요. 소설이나 영화가 그래서 중요해요. 인간과 인간사이의 깊은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매체인거죠."


김영하는 웃음코드를 잡을 줄 아는 작가다.


김영하의 작품은 서평가들에게도 인기다. 숭례문학당 ‘서평독토’는 한 달에 한번 씩 만나서 자기가 써온 서평을 낭독하는 모임이다. 평범한 회사원인 김태영 회원이 <보다>를 읽고 쓴 서평을 낭독한다. 김영하 작품을 쓸 때마다 블로거 이웃들이 하루에 20명씩 늘어난다고 한다.


사회자가 묻는다.

"저런 분 계시면 좋으시죠?"

"어... 저 분한테 좋은 일이죠." (좌중 폭소)


김영하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넘친다.


이젠 작가가 직접 자기 책을 낭독하는 시간이다. 배경음악이 흐르자 음악을 꺼달라고 한다. 또박또박한 발음과 나긋나긋한 음성으로 낭독이 울려 퍼진다. 사람들의 숨소리가 배경음악이 된다. 낭독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낭독 즐기는 작가, 김영하를 듣는 순간이다.

고전에 대한 그의 독특한 시각을 엿볼 수도 있다.


"제가 요즘에 레미제라블을 봤어요. 이번에 뮤지컬을 보면서 새로운 주제가 생각났어요. 나이 든 사람이 젊은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줘야해요. 물론 레미제라블에는 구원이라든가 여러 주제가 있어요. 이번에 저의 관심을 끈 주제는 이거였던거죠. 레미제라블이 온갖 고생을 다 한 것은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기 위한 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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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질문이 이어진다.


"전업소설가는 되지 말라고 말한 것은 소설쓰기를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에요. 예술을 제2, 제3의 정체성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현실적으로 전업소설가로 살아가기는 힘들어요. 그럴 필요도 없구요. <난.쏘.공.>의 조세희작가의 글이 단문인 것은 그 분이 회사 점심시간에 글을 썼기 때문이에요. 부르면 빨리 올라가야했거든요. 김수영 시인은 애들이 떠들 때 더 잘 썼어요. 시끄럽다며 ‘나는 왜 사소한 것에 분노 하는가’ 라며..." (좌중 폭소)


진중한 질문도 있다.


"그래요. 슬픔이나 고뇌, 이런 거가 싫은 데 이런 것을 다루는 소설을 왜 읽어야만 하는가...정말 좋은 질문이에요. 이야기의 기능은 우리가 살아갈 때 닥칠 수 있는 재난이나 고난 등을 대비하고 극복할 힘을 비축해준다는 점이에요. 살면서 겪게 되는 자기 문제를 친구와의 대화로 풀 수는 없어요. 소설은 천천히 느리게 인간이 겪는 심리 갈등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그런 소설을 읽으면서 비로소 그런 것들을 이해할 수 있는 거죠."


소설가는 마지막 말을 당부한다.


"책을 소설을 읽는 여러분은 소수자입니다. 소수로 살아가더라도 좌절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문학과의 사랑을 지속시켜주시기 바랍니다."


북 콘서트가 끝나자 사람들은 흩어진다. 일부는 책을 들고 사인을 받으러 줄을 서고, 어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문학을 이야기 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들도 있다. 연말이다. 이맘때쯤이면 올 한해를 되돌아‘본다.’ 다가오는 새해를 기대해‘본다.’ 오늘은 김영하를 ‘본’ 날이다.


아까 들은 북뮤지컬 제클린의 음률이 보인다.


세월이 흐른 지금엔 우리는 남남이 되어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 모른다네.
우리의 젊음이 머물던 그곳은 아직도 빛날까. 영화가 나를 데려가 주네.
어쩌면 우리가 갈 수도 있었던 또 다른 길이 어둔 극장에 놓여있네.
어쩌면 우리가 갈 수도 있었던 또 다른 길이 어둔 극장에 놓여있네.


- <보다>의 ‘부다페스트의 여인’ 중에서


ㅡ 글 / 최진우



12월 22일(월) 관악구청 내 용꿈꾸는작은도서관에서 진행된 김영하 작가 북콘서트.

사진으로 현장을 중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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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사진 : 윤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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